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집니다.
책이나 영화를 보다가도 감동의 어느 장면에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찔끔대는 일이 잦아지네요.
출장길 비행기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옆 사람 모르게 훔쳐내며
스스로 민망해 한 적도 있지요.
지난 8월은 아주 대놓고 울어 댄 한 달이었습니다. 베이징 때문이었지요.
유도 최민호 선수의 전광석화와도 같은 한판으로부터 시작해서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쾌거와 역도 이배영 선수의 안타까움을 거쳐
야구 일본·쿠바전에 이르기까지,
메달을 따면 따는 대로 못 따면 못 따는 대로
눈물의 스토리와 감동의 드라마가 어찌 그리도 많던지요.
식구들 몰래 손등으로 눈물깨나 찍어 내며 올림픽 삼매경에 빠졌었습니다.
문득 금석지감(今昔之感)이 들더군요.
제가 지나온 지난 시절의 금메달은 비원(悲願)이었습니다.
라면으로 배고픔을 때우면서 죽을 각오로 달려가 거머쥔 금메달은
한(恨)이고 통곡이었지요.
金을 따면 지나온 고생길이 서러워서 통곡하고 못 따면 원통하고 분해서 통곡하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세월은 흘러 흘러, 베이징의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쿨~했습니다.
박태환은 메달보다도 자기기록 경신한 것을 더 좋아했고,
이용대는 시상대에서 눈물은커녕 윙크를 날렸습니다.
남현희는 털끝만큼이 모자라 은메달에 머물면서도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며 즐거워했고,
유승민은 금메달보다도 동메달이 더 값진 것을 알았다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저는 고난과 역경의 배고픈 현대사를 헤치며 살아 온 '꼴통' 기성세대로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젊은 '것'들이 험난한 세파를 어찌 견뎌 낼지
염려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거침없고 당당하며, 자신의 생을 즐기면서도 주위를 배려하는 아량이 넘치고,
솔직하고 여유있고 의젓한 올림픽의 우리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그간의 제 염려가 얼마나 아둔한 것이었는지를 눈물나게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제일기획의 사랑하는 젊은 '선수' 여러분!
이제 저는 나이가 들어 직접 트랙을 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 세대는 배고픔이나마 면해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여유롭고 의젓할 겨를이 없었습니다만,
이제 여러분의 세대가 기꺼이 바통을 이어받아 행복한 질주를 계속해 주기 바랍니다.
성화 봉송과 삼성 홍보관, 그리고 호스피탈리티 프로그램 등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장외에서 펼친
제일기획 프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의 현장을 직접 보면서
저는 그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선수'이기엔 역부족인 저는 이제는 감독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려 합니다.
"마지막 1분은 언니들의 몫이야" 라며 최고의 작전타임을 불렀던
여자핸드볼팀의 임영철 감독처럼,
MVP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우문에 "김민재, 진갑용 두 兄들입니다"라고 현답한
야구 금메달의 김경문 감독처럼
선수들을 눈물나게 하는 감독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여름 나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구월의 선선한 바람이 불면 올림픽 보느라 밀어 두었던 책들을
다시 뒤적여 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올림픽의 감동으로 카타르시스를 얻은,
김낙회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