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은 기업의 아이디어 창고를 열 열쇠다”
기념사를 통해 “통섭은 체계적인 전략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광고업과 잘 들어맞는 개념으로, 성장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천착해야 할 화두”라고 역설한 김낙회 대표이사, 그에게 기업과 통섭의 관계를 듣는다.
[기업의 미래. '빅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있다]

서가에 꽂힌 만화책만으로도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임을 짐작할 수 있는 제일기획 본사 2층의 아이스파(i-spa, Idea와 Spa의 합성어). 그곳에서 만난 김낙회 대표이사는 광고인이면서도 정작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다며 계면쩍어했다. 하지만 제일기획 공채 출신의 첫 CEO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가 아닌가. 인터뷰가 시작되자, 제일기획과 함께 30여 년의 세월을 보낸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낙회 대표이사는 자신이, 경영자를 지칭하는 CEO가 아닌 CIO(Chief Idea Officer)로 불리기를 원한다. 지난 세월 동안 시장의 환경변화와 기술의 발전이 광고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변하지 않는 광고의 본질은 바로 ‘아이디어'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제일기획은 광고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제일기획이 “단순히 광고를 제작하는 회사가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실행하는 '아이디어 컴퍼니(Idea Company)'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그가 스스로를 CIO로 지칭한 것은 스스로가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제 역할은 아이디어 엔지니어들인 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제일기획의 키워드는 창의적인 빅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 광고업계는 미디어의 다양화와 쌍방향성으로 변혁기를 겪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모든 미디어와 이벤트에 통용될 수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s)의 빅 아이디어가 필요한 거죠. KTF의 SHOW가 적절한 예일 겁니다. 즐겁게 보여 주는 휴대폰 서비스로 시작된 하나의 아이디어가 브랜드네이밍ㆍ광고ㆍ프로모션 등 모든 마케팅 분야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통섭 경영'은 이미 시작됐다]
보통의 경우 기업들의 경영혁신 전략들은 경제ㆍ경영 이론에 그 뿌리를 두기 마련이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김낙회 대표이사는 기업 비전의 화두를 학술용어인 통섭(統攝, Consilience)에서 찾고 있다. 물론 이미 창립 기념사에서 밝힌 것처럼 통섭은 끊임없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광고업의 특성과 어울리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서로 다른 생각을 접목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통섭의 원리를 어떻게 수용하고 반영해야 하는 것일까?
“용어가 어렵게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기업이 통섭을 수용하는 태도를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해 생각하면 지극히 간단해집니다. 첫째, 새로운 기회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관점을 취하면 됩니다. 눈과 귀를 열고 나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 나의 역량과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역량을 활용해서 보다 포괄적인 사업역량을 펼치면, 그것이 바로 기업의 통섭이 되는 겁니다. 저희 제일기획도 이미 국내외 제휴와 협력업체 등 외부조직의 역량을 흡수해 통합적인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일기획은 글로벌화를 위해 브루스 헤인즈 COO(전 레오버넷 영국그룹 CEO)와 조 맥다나 글로벌 CD(Co-President & Executive CD)를 위시한 세계적 인재를 본사와 해외 거점에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현재 전체 직원의 46%인 약 720명을 외국인으로 구성하는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또한 크리에이티브회사 쥬피터(Jupiter), 옥외광고회사 JC데코(JCDecaux) 등 세계적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선진시장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도 통풍이 잘 되야 한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흔히 창의성을 높이자고 얘기하는데, 창의성의 출발은 사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문제는 그 동안의 학습으로 축적된 자기 분야의 지식과 경험만 갖고서는 더 이상 새로운 해석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없다는 데 우리의 공통된 고민이 있습니다. 검색 엔진에서 키워드 광고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도마뱀의 빨판에서 벽을 오르는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새롭고 넓은 통섭적 관점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매번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내야 하는 광고회사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양하고 통합적인 관점을 지향하는 통섭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한 매우 적절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사실 통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타인에게 말 걸기에 능해야 한다. 다시 말해 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소통의 기본이자, 훈련의 장소는 가정이지 않을까? 그에게 물었다. 가족 간의 소통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사실 광고업계는 어떤 분야보다 소통이 중요합니다. 제가 직원들과 얘기할 때도 늘 통풍이 잘 되는 회사를 만들자고 말합니다. 집이나 사무실도 바람이 잘 통해야 좋은 공간이 되듯이, 구성원 간에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죠.
집안 얘기를 물으셨는데, 솔직히 새벽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다 보니, 물리적으로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짬이 날 때마다 아내에게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편이죠. 아쉽지만 모바일을 통한 소통에 만족하는 것이죠. 이런 식의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아내한테서 온 문자메시지에 즉답을 해 준다는 겁니다. 즉답을 안 했다가는….(웃음) 바쁜 와중에도 모바일을 통한 소통을 중시하는 건, 비록 떨어져 있지만 최소한의 끈으로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유대감을 갖기 위해서죠.”
물론 김낙회 대표이사가 아내와의 소통을 모바일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주말이면 부부가 다정하게 동네를 산책하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그 또한 연출하고 있었다.
[창조 경영으로 'Global Idea Engineering Group'의 토대 다진다]
소통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질문을 바꿔 물었다. 그런데 김낙회 대표이사의 대답이 아주 명쾌하다. 그는 스스로를 “아주 낙천적인 성격이라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물론 하루에도 기쁨과 좌절이 수없이 교차하지만, 항상심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독려한다”고.
화가 나거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어도 혼자서 잘 삭이는 품성을 가졌다는 그는 시쳇말로 ‘혼자 놀기’의 고수에 속한다.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는 그는 요즘,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곁에 두고 있다.
역사나 문학ㆍ미술ㆍ철학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본질을 찾아 내려는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 김낙회 대표이사. 자신이 얼리어답터는 아니지만 광고인인 까닭에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아, 햅틱처럼 새로운 휴대폰이나 IT기기가 나오면 반드시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고 전한다.
어느 시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수장의 역할은 지대하다. 특히 기업의 수장이 기업의 사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여러 경우에서 확인된 바 있다. 김낙회 대표이사는 CEO의 덕목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즉 'motivation'이 그 첫째이고,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꿈을 꾸게 하는 일, 즉 'dreaming'이 그 두 번째이다. 나머지 하나는 그 꿈과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시키는 'execution'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스스로를 CIO로 부르는 것처럼 제일기획의 전 직원을 '아이디어 엔지니어'라고 부른다. 그리고 제일기획의 아이디어 엔지니어들이 세계 정상급의 광고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컨텐츠를 줄기차게 생산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그는 제일기획을 광고회사가 아니라 ‘아이디어 컴퍼니’로 여긴다. 입사 이래 몸에 밴 근면성때문에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운동과 출근을 서두르게 된다는 김낙회 대표이사. 그는 모든 아침마다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제일기획이 ‘Global Idea Engineering Group’이 될 수 있는 비책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건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CIO이기 때문이다.
최태원 /자유기고가 /미디어 삼성






인문학과 자연과학, 전략과 아이디어...이 둘의 절묘한 만남, 통섭!
새로운 관점의 시각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오랫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이 좋은 글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노트북 옆에 놓여진 신문을 힐끗 쳐다보니,
작금의 정국과도 딱 맞아 떨어지는 키워드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경청을 통한 수용, 정반합(딱 들어맞는 표현이 아니지만)을 통한 혁신.
'Idea Company' 앞에 또 하나의 수식어 'The Best'를 살짝 얹어놓고 물러갑니다.
김낙회프로님, 항상 건강하십시오.
이형,참으로 오랜 만입니다.잘 지내고 있으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반가웠읍니다.그리고 아직 소통에 대한 관심과 사회를 보는 시선이 건강하다는 생각을 하고 기뻣읍니다.내내 건승하길 빕니다.